이 책은 유럽과 미국의 음악에 대한 현상학적 연구를 개괄하고 그 방법론의 장단점을 검토한 다음, 음향학에서 시작하여 음악의 인지적 문제를 거친 다음 현상학적 관점에서 음악의 시간과 공간 문제를 깊이 다루었다. 여기서 저자는 뉴웰의 시간 파악개념과 여러 현상학자들의 음악적 공간 개념을 설명하며 음악의 본질을 분석하였는데, 그들이 설명하는 성취의 개념은 화성음악이 정착된 이후 유럽 음악의 핵심적 개념이 되었다고 분석하고 있다. 그것은 “왜 음악을 듣는가?”에 대한 답이 그 안에 담겨져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또한 저자는 음악의 시간적 구조인 리듬과 음악의 공간적 구조인 조성 문제를 다루면서 이들 두 문제의 근원과 음악사적 발전을 알아본 다음, 리듬과 조성이 20세기에 이르러 어떻게 변화 접맥되었는가를 살폈다. 특히 공간의 문제를 살핌에 있어서 멜로디와 음계의 중간개념인 인도 음악의 “라가” 개념을 이용하여 한국 대중가요의 선율적 특성을 분석하였다.
음악 현상의 시공간적 검토에 이어 음악의 담론이 어떤 성격을 지니고 있으며 어떻게 역사적으로 발전되어 왔는가를 살핀다. 바로크, 클래식, 로맨틱 시대의 음악을 거쳐 19세기의 러시아 음악, 20세기의 스트라빈스키, 바로토크, 쇤베르크 음악에 대한 담론적 세계를 살핀 다음 우리나라의 전통음악 중 단소로 연주하는 청성곡과 영산회상을 그래프 악보로 추출하여 그 특성을 분석한다. 저자는 이 검토를 지금까지의 한국 전통음악에 대한 여러 분석을 넘어서는 분석방법이며 결론도출이라고 생각한다.
다음으로 저자는 음악 분석의 현상에서 잠시 살핀 바 있는 한국 대중가요의 선율 유형을 분류하는 시도를 한다. 이러한 분류는 1930년대부터 1990년경에 이르는 대중가요를 대상으로 했는데, 방대한 작업상 이유로 이 책에서는 분석된 결과를 주로 제시하는 방법으로 간결함을 취하고 있지만 지금까지 시도된 바 없다는 점에서 높이 평가받아야 할 것이다.
이 책의 마지막 장은 “음악과 이데올로기”로서 음악으로 표현하는 이야기의 세계 뒤에 어떤 이데올로기적 배경이 있는가를 서양음악, 인도음악, 우리나라 전통음악, 일본 전통음악, 중국 전래음악, 폴리네시아 음악과 대중가요 등 각 분야의 음악에 걸쳐 예를 들며 설명하였다.
저자는 중국, 일본, 한국, 인도의 음악을 다시 한 번 듣고 생각하면서 각각의 나라가 자국의 문화를 지킨 상이한 환경을 이해하게 된 것도 이 책을 쓰면서 얻은 한 소득이라고 자평하고 있다. 근세 100년 동안 귀족 문화를 억압한 중국에서 전통음악이 거의 사라진 것과 많은 음악적 자산을 지녔음에도 100여 년 동안 일본에게 예속되어 음악적 정체성을 상실한 오키나와를 예를 들면서 우리나라도 일본에게 조금 더 예속되었더라면 많은 음악 자산이 사라져 버렸을 것이라고 가슴 쓸어내린다. 극동의 여러 음악 중 우리나라의 전통음악이 타의 추종을 불허할 만큼 음악적 자질과 수준이 있음을 선율 분석을 통해 논증하고 있다. 특히 음의 뒤 끝을 흔들어 사람의 혼을 빼어버리는 전통음악의 장식음의 기법은 20세기 초에 발생한 대중가요에서도 중요한 기법이 되어, 가사로 쓰이는 단어의 한 음절에 여러 음을 배분하여 ‘멜리스마’로 처리하면서 청중의 혼을 뺏어 버리는 음악적 양식을 창출하여 한류 음악이 아시아에 유행하는 계기가 되었다고 분석하고 있다.

머리말 / v

1장 음향학 1
1.1. 소리 2
1.2. 과거의 생각들 3
1.3. 피타고라스 시대의 생각들 6
1.4. 피타고라스 이후 11
1.5. 음향학적 이해 13
1.6. 단순파와 복합파 14
1.7. 음악 음향학 16
1.8. 소리의 감각적 질 17
1.9. 음높이의 받아들임 18
1.10. 소리의 집합 20

2장 음악의 현상 23
2.1. 소리의 감각적 질 24
2.2. 소리의 현상과 실재 26
2.3. 음악의 현상 29
2.4. 청현상(akumena) 33
2.5. 일반 청현상과 음악 청현상 34
2.6. 목소리에 대한 관심 35
2.7. 말(logos)의 근원, 음악 36
2.8. 음악, 그 어원의 새 지평 39
2.9. 스미스의 음악의 경험과 형식 40
2.10. 뉴웰의 시간 파악의 단계 43
2.11. 클리프톤의 서술 45
2.11.1. 운동 내의 시간 46
2.11.2. 운동 내의 공간 54
2.11.3. 유희 55
2.11.4. 느낌 55
2.12. 앙세르메의 견해 56
2.12.1. 지수 함수적 관계 57
2.12.2. 음악적 표상과 표현 58
2.12.3. 스트라빈스키와 쇤베르크에 대한 비판 60
2.13. 제3의 장소 61
2.13.1. 위상수학과 음악적 공간 62
2.13.2. 멜로디의 위상적 이해 65
2.13.3. 위상으로 설명할 경우 남은 문제 69



3장 현상의 계층 75
3.1. 전체적 조감 76
3.2. 조율과 음계 81
3.2.1. 조율 81
3.2.2. 자연배음(overtones series) 83
3.2.3. 음정의 센트(cents) 표시법 87
3.2.4. 평균율 89
3.3. 음들의 위치 91
3.4. 비균등 분할과 균등 분할 93
3.5. 테트라코드 98
3.6. 음정 102
3.7. 동기-멜로디 104
3.8. 라가 106
3.9. 가요의 가락 109

4장 리듬의 현상 117
4.1. 리듬에 대한 이해 118
4.1.1. 구어의 리듬과 음악적 리듬 119
4.2. 음악적 리듬의 표시 123
4.2.1. 박자기호 123
4.2.2. 한국음악의 장단 125
4.2.3. 인도음악의 장단(탈라) 126
4.3. 리듬의 운영(박절이동) 127
4.4. 춤의 리듬 139
4.5. 리듬의 현상학적 의미 140

5장 음악 분석과 현상학 145
5.1. 음악의 분석 146
5.2. 바하 147
5.2.1. 평균율 1권 1번 전주곡 C 장조 147
5.2.2. 평균율 1권 5번 전주곡 D 장조 152
5.2.3. ｢첼로 무반주 조곡 2번 D 단조｣ 전주곡 166
5.2.4. 쉔커의 이론 172
5.2.5. 카츠의 분석 174
5.2.6. 음악 분석과 현상 187

6장 담론과 현상 191
6.1. 음악 역시 담론이다 192
6.2. 드뷔시의 세레나데(드뷔시의 ｢첼로 소나타｣) 193
6.3. 이야기하는 방법(비발디의 ｢바순 협주곡｣) 194
6.4. 장식과 진리의 세계(바하의 ｢전주곡과 푸가｣) 201
6.5. 주인공의 등장(클래식 시대의 소나타 알레그로) 202
6.6. 외로운 주인공(쇼팽의 ｢야상곡｣) 204
6.7. 이름 없는 개인(스크리아빈의 ｢전주곡｣) 205
6.8. 단어의 생존과 그 상실(스트라빈스키와 쇤베르크) 207
6.9. 유럽 음악의 담론 세계 209

7장 조선시대 음악의 현상 213

7.1. 국악, 어떤 담론인가? 214
7.2. 김중섭의 ｢청성곡｣ 215
7.3. 김중섭의 ｢영산회상｣ 224
7.4. 신쾌동의 ｢거문고 산조｣ 229

8장 대중가요의 현상 235

8.1. 한국의 대중가요 236
8.2. 장조 5음계와 단조 5음계 237
8.2.1. 두괄 모티브와 미괄 모티브의 양식 238
8.2.2. 가락의 유형 241
8.2.3. 단조 5음계의 가요들 246
8.2.4. 장조 5음계의 가요들(1930-50) 249
8.2.5. 1950년대 252
8.2.6. 1960년대와 70년 256
8.2.7. 1980년 이후 263
8.3. 한국 대중가요의 음악적 공간 274

9장 음악과 이데올로기 277

9.1. 이데올로기와 배후생각 278
9.1.1. 푸코의 네 시기 280
9.1.2. 발음, 단어, 문법 등의 배후생각 286
9.2. 음악의 배후생각 289
9.2.1. 음색의 배후 290
9.2.2. 일본, 중국, 한국, 인도의 음악 293
9.2.3. 유럽의 음악 305